본문 바로가기

회생준비의 정석

류현진, PS 1호등판 "회생의 역투"

류현진 선수(LA 다저스)가 5일 한국인 투수로서 최초로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의 첫 선발투수로 나서 7회까지 삼진 8개, 피안타 4개의 ‘무실점 호투’로 완벽투구를 과시했고, 4회말 공격에서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바뀐 투수에게 첫 안타를 기록해 ‘이도류(二刀流)’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를 마친 후 류 선수는 “수술하고 나서 힘든 재활을 이겨내고 계속 마운드에서 던진다는 것만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감회를 밝혔다. 류 선수의 말을 기업회생절차에 비유하자면, 수술은 구조조정 및 부채상환이나 자산매각 등을 의미하고 ‘힘든 재활’은 기업정상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뜻한다. “계속 마운드에서 던진다는 것만 생각하고 준비했다”는 말은 기업계속가치를 보전하여 기업의 존속 및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뜻한다.





 

류 선수는 이날 1호 선발투수 등판과 호투, 그리고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기록해서 겹경사를 누렸다. 상대 팀이 2루타가 가장 많은 팀이지만, 류 선수의 피안타 4개는 모두 땅볼 1루타에 그쳤다. LA 다저스는 타격에서도 작 피터슨의 솔로홈런을 시발로 홈런 3발이 터져 7회까지 5:0으로 상대 팀을 압도하다가 6:0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오랜 부상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부활한 류현진은 ‘회생의 역투’로 긴 시간을 기다려준 구단과 팬들에게 보답하고, 지난 9년간 PS 1호 등판을 독점했던 '클레이튼 커쇼'를 제치고 1호 투수로 등장해 ‘괴물투수’의 위력을 떨쳤다. 결과적으로 미국 언론의 일반적인 예상을 깬 로버츠 감독의 전격적인 '류현진 1호선발'이 적중했고, 이번 시즌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A 다저스의 투수 로테이션에서 첫 카드가 주효한 셈이다. 





(표=연합뉴스)



이날 류 선수는 7회초까지 이번 복귀 이후 가장 많은 투구수(104개)를 기록하면서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4년만에 회생의 역투로 '화려한 부활'을 신고했다. 류 선수는 이에 앞서 리그 우승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콜로라도 로키스와 반게임차 경쟁을 벌이던 9월 24일에도 ‘6이닝 8삼진 4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에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이도류 류현진’을 과시한 바 있다.

  





(류현진 선수의 좌투우타(左投 右打)는 양손을 잘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흥민 선수가 양발을 잘 쓰는 것과 같다. 이는 근본적으로 선수의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가 돼야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개발하고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9월24일 경기를 마친 후에 류 선수를 가리켜 ‘빅게임 피처’라면서, “무실점 투구에 3안타면 오늘의 MVP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말 그렇다. 놀랐다”고 답했다. 지역 언론도 “홈에서 또한번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고 극찬했고,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는 한국의 최대명절인 ‘추석(Korean Thanksgiving Day)’에 호투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왼손 투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와 다음해에 10승 이상을 거두며 크게 활약했지만 2015년 왼쪽 어깨의 커다란 부상으로 2년 가까이 기나긴 재활을 하면서 국내외 팬들에게 거의 잊혀질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선수생활이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국내에서는 그가 인천 동산중·고부터 한화 이글스까지 너무 많은 투구로 혹사해서 몸이 망가졌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체념론까지 확산됐고, 부상으로 인한 장기결장으로 ‘안티 팬’까지 생겼다. 일부 누리꾼들이 그의 장기재활을 미국에 눌러 앉으려는 행태로 폄하하거나 야유를 보냈다.

  




1차 복귀 이후에도 류 선수는 또 부상으로 중도하차를 거듭했다. 발 부상으로 다시 마운드에서 내려 왔고, 올해는 잘 던지다가 갑자기 허벅지 상단의 근육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어 자진 하차했다. 이런 전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어진 복귀경기에서 다소 기복은 있지만 데뷔 원년의 경기력을 복원하는 추세였고, 특히 투구의 기술적 측면과 위기관리에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언론에서는 류 선수가 '3타수 3안타 2득점'을 기록한 것을 ‘이도류(二刀流, 니토류)’의 활약이라고 호평했는데, 이는 일본 무사들이 두 개의 칼로 싸우는 검술 및 문파(門派)에서 비롯된 것이다. 투수이면서 홈런을 잘 치는 오타니 쇼헤이가 대표적인데, 이날은 류현진도 그런 반열에 오른 셈이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도 원래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투수로 활약하다가 뉴욕 양키스로 옮기면서 ‘전업 타자’로 대성공했다. 국내에서는 김성한 전 해태타이거스 감독이 군산상고 시절에 타자와 투수를 겸업하고 포수·내야수까지 대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프로야구에서 타자로 전념하자 홈런타자로 부상했다.

 

류현진 선수의 회생은 ‘기업회생 이론’에 의해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할 뿐더러 기업의 회생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류 선수의 부상은 기업회생 이론에 빗대어 보면 일종의 재정적 파탄(financial distress)이라고 할 수 있다. 잘 나가던 기업이 갑자기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과 같다. 하지만 류 선수는 ‘야구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기본적인 자질과 신체적 여건을 갖추고 있었고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이러한 기본 자산을 상실한 것은 아니었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자본잠식의 정도가 중하지 않았고, 원천기술과 영업력마저 잃은 것이 아니었다.

 

만약 어깨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거나 정신력이나 경기 외적인 문제로 자질이나 자격에 심각한 손상이 왔다면, 기업으로는 경제적 파탄(economic distress)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선수들은 치명적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거나 경기 외적인 문제로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었다. 기업으로는 파산을 의미한다.

 

비유하자면 류 선수가 일시적인 재정적 파탄을 맞이했지만 경제적 파탄이 아니었기 때문에, LA다저스 구단은 그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구단은 팬그룹처럼 온정적 발상으로 부상선수를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예전의 활약상만을 중시하여 상당한 기간을 기다리고 재활을 지원할 수는 없다. 법원이 기업회생절차의 개시 및 회생계획안 인가 등을 ‘경제성의 원칙(economic test)’에서 접근하듯이 류 선수의 회생에서도 이와 비슷한 관점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구단도 회생법원이 기업(인)의 경제적 능력과 잠재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기반해서 기업회생 여부를 결정하고 지원하는 것처럼 선수의 재활 및 복귀를 판단하고 지원한다는 것이다. 




 

홍인섭 변호사는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에서 회생절차 개시신청에 앞서 준비하고 유의해야 할 기본방향을 열거했는데, 그 중에는 너무 늦지 않게 회생절차를 밟아야 하고 경영자가 분명한 회생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점,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더 열심히 영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의지가 강하다고 회생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류현진 선수의 맹활약이 ‘기업의 회생병법’에 주는 시사점은 세차례 부상과 장기간 재활의 단절성 극복(경영자 등 구성원의 강력한 회생의지), 투수로서의 자질과 신체적 여건(원천기술과 영업기반 등 회사존속을 위한 계속기업가치)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조기에 어깨수술을 결단한 점(회생절차의 신속한 전개), 빈 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새로운 투구내용은 신기술 및 영업력 강화), 구단과 팬들이 잊지 않고 기다려준 점(고객사와 협력사, 고객 등과의 협력 및 신뢰관계)는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에서도 강조되는 ‘기업회생의 정석’이다. 


“회생절차의 대상은 경제성은 있지만 재정적 파탄(financial distress)에 빠진 채무자이지, 경제성이 결여돼 경제적 파탄(economic distress)에 빠진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채무자가 계속 존속하면서 사업을 할 때 얻는 이익(계속기업가치)이 채무자를 청산할 때의 이익(청산가치)보다 커야 한다. ‘재정적 파탄(financial distress)’은 채무자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유동성 부족으로 채무를 적기에 변제할 수 없는 상태(‘재무구조의 부실’)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경제적 파탄(economic distress)’은 채무자의 영업력에 문제가 발생하여 수익력이 저하돼 사업을 존속ㆍ유지하는 것이 자원의 활용 및 분배에 따른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상태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홍인섭,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 중에서)




 

류 선수가 잦은 부상을 재연하지 않고 지금의 기세를 얼마나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네번에 걸친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투타의 맹활약은 회생에 성공했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려도 지나치지 않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잘 던져도 타선이 침묵을 지키면 승리하기 어렵고, 동료들의 실수 등 우연적 요소에 의해 패전투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류 선수가 잘 던지고도 패배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경기에서는 스스로 안타를 치고 나가 득점의 발판을 만들었던 사례도 있었다. 타선이 침묵할 때 투수의 안타는 타자들의 분발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소년 류현진의 왼쪽 어께에 앉은 앵무새는 '왼손 괴물투수'를 예고한 것일까?")







그는 인천 동산중·고 야구부에서 두각을 드러낸 유망주였는데, 고교시절에는 투수이면서 4번타자를 차지할 정도로 타격이 좋았다. 세 번의 복귀과정에서 다양한 변화구를 개발해서 ‘팔색조’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타격과 주루가 너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프로리그에서는 투수의 타석을 대신하는 ‘지명타자(대타자) 제도'가 없는 리그가 있기 때문에 타격에 취약한 투수들에게 곤혹스러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경기양상에 따라 자신이 진루와 득점에 일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류현진 선수는 타격의 취약점을 조금씩 극복하는 양상이지만 2루타를 치고도 1루에서 멈춰야 하는 주력은 체격여건상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 물론 비상한 상황이 아니라면 투수가 장타를 치고 2,3루를 향해 뛰는 것은 다음 이닝의 투구를 위해서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지만.



류현진 선수의 회생은 기업에 관한 ‘회생병법(回生兵法)’, 혹은 회생전략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가 마운드에서 왼손으로 잘 던지고 타석에서 우타자로 잘 치는 것은 ‘이도류’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일본의 전설적 검객인 미야모토 무사시는 자신의 검법을 ‘니텐이치류(二天一流)’라고 부르고, 스스로 병법의 경지를 자부하고 <오륜서(五輪書)>라는 병서를 남겼다. 


그는 여기서 “두 손으로 큰 칼을 잡는 것은 진정한 도가 아니다”면서 ‘이도일류’(二刀一流, 니토이치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큰 칼을 한 손으로 쥐고 능수능란하게 휘두룰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기술을 연마하여 나머지 한 손으로 작은 칼, 철퇴 등을 사용해야 검객의 능력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미야모토 무사시(1584년~1645년)는 두 개의 칼로 상징되는 ‘모든 재능’과 ‘모든 수단’을 남김 없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현실주의적, 합리주의적 관점에서 검객으로서 필승의 전략전술을 연마하고 완성했다고 자부했다. 또한 자신의 박자는 맞추고 상대의 ‘엇박자’를 간파하여 승부를 갈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문무 이도(文武二道)라는 두 개의 도리를 성실히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요즘 경영학에서 강조하는 과학적 사고와 인문학적 교양의 조화와 균형을 시사한다.

 

그는 <오륜서>를 地·水·火·風·空의 다섯 편으로 구성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아홉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1. 올바른 길을 생각하라 2. 도를 실천하고 단련하라 3. 한가지 무예(武藝)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예(藝)를 갖추어라 4. 자신의 직종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직종의 도를 깨우쳐라 5. 합리적으로 손익을 따질 줄 알아라 6. 매사에 직관적인 판단력을 키워라 7.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간파하라 8. 사소한 것도 주의를 게을리하지 마라 9.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마라.


 

여기서 ‘여러가지 예’를 갖추라는 것은 무예에서도 검술 외에 병법과 격투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무술을 익히라는 의미가 있거니와 근본적으로는 문예(文藝) 등을 겸비하라는 취지로 읽혀진다.


그러면서 단련(鍛練)을 강조했는데, 1000일의 연습을 단(鍛)이라고 하고 10000일의 연습을 련(練)이라고 할 정도로 부단한 연마를 중시했다. 그에게도 난피정수(難避定壽, 인간의 한정된 수명은 어쩔 도리가 없다)가 다가옴에 따라 자신의 삶에서 지킨 원칙을 열거한 ‘독행도(獨行道)’를 남겼다.

 

1. 세상의 도를 거스르지 않았다 2. 일생 동안 욕심이 일지 않았다 3. 내가 한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 4. 선이든 악이든 남을 시샘하지 않는다 5. 어떠한 이별에도 슬퍼하지 않는다 6. 연모의 정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7. 모든 일에 좋고 싫은 것이 있을 수 없다 8. 제 몸 하나를 위해 좋은 음식을 탐하지 않는다 9. 소장품이 될 오래된 물건을 갖지 마라 10. 도리를 위해 죽음도 서슴지 않는다 11. 늙은 몸에 재물은 소용없다 12. 신과 부처는 받들어도 의존하지는 않는다 13. 항상 병법의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좁은 공간에서 다수를 상대하면서도 목숨을 부지하고 무패의 신화를 남긴 것은 ‘근접전’과 같은 난전에서 두 개의 칼을 잘 다루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륜서>에서 '이도류'를 맹신하지는 말라고 권고했다.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 수시로 여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커다란 칼을 양손으로 모아잡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고, 큰 칼과 단도를 양손에 하나씩 쥐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 적을 상대하면서 혼전이 예상될 때는 장검을 양손에 나란히 들고 대적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으므로 하나의 방법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류현진 선수가 보여준 '회생의 투타'는 "모든 재능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이도류의 방도와 맞닿아 있고,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야 하는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자세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또한 IOT(사물인터넷), 수소/전기차 등 융합과 이중전략이 중시되는 시대에 경영의 전략에도 영감을 줄 수 있다.  



*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서식을 집대성한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상, 하)>(저자 홍인섭, 법률출판사)를 적극 추천합니다. 기업회생 또는 법인파산 에 관한 상담을 원하시면 언제든지 친절하게 상담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