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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준비의 정석

"사방이 막힐 때 열린 하늘을 보라"

- 경영적 회생(turnaround)과 법적 회생(rehabilitation) -


<사방이 막힐 때 열린 하늘을 보라>는 저자 하민씨가 겪은 기업회생절차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불행한 경험을 한 기업인이라면 고통스런 기억을 재생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쉽게 쓰여질 수 있는 성격의 책은 아니다. 하씨는 M&A를 통해서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했지만, 지금도 (창업주로서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창업 4년여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외 경영환경의 악화와 내부적인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이 회사의 거의 모든 채무에 연대보증을 했던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일반회생절차’를 함께 신청했으나 법원의 인가를 받지 못하고 ‘개인파산면책’을 신청해야 했다. 그는 <서문>에서 자체회생에 실패하고 M&A를 통한 기업회생을 추진하는 과정을 ‘지옥에서의 하루 하루 치열한 삶의 연속’이라고 술회했다.

 

“이 일기를 정리하는 도중 이 책에도 나오는 한 중소기업 대표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불행한 소식을 접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분은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을 하던 능력있는 사업가였다. 그분이 성급한 판단을 한 것이라고 우리는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분의 심정을 이해한다. (...)”



높은 성취의욕과 성실한 자세로 일하던 경영자들이 위기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잘 나가던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갑자기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는 곧 ‘부실경영’과 ‘부실기업’에 관한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부실기업은 환경적응의 실패, 의사소통의 미흡 및 부재 등 기업 내부적 요인과 정부규제 혹은 재해 등 기업 외부적 요인에 의한 부실경영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특히 매출채권의 과다, 무리한 사업확장이나 대규모 사업진출, 높은 부채비율 등과 같은 부실경영이 기업부실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손꼽힌다. 법적으로 회생절차를 밟게 되는 기업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경영적 맥락에 부실이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 과다한 차입을 통한 무리한 사업확장

2. 매출채권의 회수 부진으로 자금사정 악화

3. 자금사정 악화로 인한 금융비융과 차입금액의 증가

4. 관련 회사의 부실화로 인한 연계적 동반 부실화

5.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부진

6. 투자시기를 놓쳐 경쟁력 저하

7. 대형 경쟁사의 출현으로 경쟁 과열화

8.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결제조건의 악화

9. 설비투자 혹은 기술혁신의 소홀로 인한 생산성 향상 실패

10. 노사갈등 및 분규로 인한 파업 지속

 

이러한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어떤 기업은 회생에 성공하고, 어떤 기업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에서 도산한 기업 33곳을 무작위 추출하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연구는 매우 제한적인 자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 있다. 8가지 가설을 대입하여 회생결과를 비교한 것인데, 회생에 대한 유리한 조건은 회사경영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과 일치하는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기업규모가 클수록, 제조업일수록, 유동자산이 작을수록, 부채가 작을수록, 정부 및 금융기관의 주식보유 비율이 높을수록, 경영자의 주식소유 비율이 높을수록, 매출액영업이익률(ratio of operating profit to net sales)이 높을수록, 총자산회전율이 높을수록 회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가설을 대입해 본 결과에서 기업규모(大馬不死)와 기업유형(제조업)은 연관성이 낮았다고 한다.

 

반면에 유동자산의 규모, 부채의 규모, 주식비율(대주주)의 성격, 영업이익률, 총자산회전율은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높았고, 특히 ‘매출액영업이익률’(높을수록)과 ‘부채비율’(낮을수록)은 기업회생에서 주요한 긍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와 달리 경영의 관점에서 말하는 기업의 회생(turnaround)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Debtor Rehabilitation and Bankruptcy Act)’에서 말하는 기업의 회생(rehabilitation)과는 달리 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부실해지는 기업의 회생(turnaround)에 성공한 사례들은 법적으로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회생의 경영에 성공한 최고경영자들은 전략, 리더십, 영향력 등에서 몇가지 공통점과 경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Turnaround Excellence : Insight from 120 Case>(Khandwalla, 2001)에서는 회생의 경영에 성공한 CEO들의 ‘변혁적 리더십’을 소개하였다. ‘Allied Signal’의 최고경영자 Lawrence Bossidy는 ‘나폴레옹식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조직의 구성원에게 현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전달하고 명확하면서도 강력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나폴레옹 패러디’는 현실 속에서 엿보이는 어리석고 무모한 정치지도자들을 은유한 것이다. ‘이상한 나폴레옹’은 치열한 전투를 통해 고지를 점령한 다음에 “여기가 아닌가 보네”라고 부하들을 낙담케 하고, 다시 고난의 행군 끝에 새로운 고지에 올라서면 “원래 거기가 맞나 보네”라고 부하들을 좌절케 한다는 것이다. 



 

‘Western Coal Fields’의 최고경영자 Pankaj Sinha는 문제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이해당사자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그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했다. 그러면서 전체 조직에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열악한 업무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Siemens Nixfort’의 최고경영자 Gerhard Schulmey도 회사를 ‘아이디어 공장’으로 만들고, 고객의 니즈를 중시하고 역량을 집중했다. 또한 워크샵을 통한 이슈 도출과 공유,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이슈의 적극적 해결을 요구했다.

 

국내 모 기업의 회생사례 분석에서도 이와 비슷한 요소들이 나타났는데, 개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필요한 자원을 정의해서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구성원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로 핵심역량 및 재무상황을 보강한다. 기업의 구조를 재편하고 종래 수직적 형태에서 보다 수평적이고 보다 단순한 형태로 나아간다.

 

이런 회사들은 수익이 없는 부실사업에서 철수하고, 영업과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조직 및 인력구조를 합리화하고, 국내외 우수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리스크 관리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구조조정 전략’을 통해서 기업정상화와 재도약을 이루고 있다.



 

회생에 관한 실무이론과 서식을 망라한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 : 법인·일반·간이회생>(홍인섭 저)에서도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구조조정 등 회생전략이 강조된다. 저자는 기업회생의 성공적 준비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요건을 환기시킨다.


1. 일정한 현금(시재)을 보유해야 한다.

2. 재정상태가 너무 악화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

3. 경영진이 기업을 반드시 회생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4. 회생신청 이후에도 더 적극적으로 영업해야 한다.

5. 열악한 재무구조를 적극 개선하고, 필요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6. 채권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7. 연대보증한 경영진들의 회생신청도 필요하다.

8. 상장회사는 회생계획인가 후 회생절차 종결결정이 있으면 관리종목에서 해제된다는 점을 고려한다.

 

무엇보다도 회생신청을 함에 있어 기업을 반드시 회생시키겠다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회생신청을 한다고 해서 기업의 영업활동을 소극적인 상태로 두어서는 안된다. 회생신청 이후에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해서 매출 및 이익을 증대시켜야 한다.

 

또한 불요불급한 경비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인력관리로 열악한 재무구조를 적극 개선해 나가고, 필요시에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회생절차에서 채권자들의 동의와 협조가 긴요하기 때문에 채권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회생신청은 재정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조기에 신청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의 병도 더 심해지기 전에 진단 및 처방을 받아 치료하는 것이 건강회복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기업도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회생절차에 들어가야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재정상태가 너무 악화되면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더 높게 되어 회생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서식을 집대성한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상, 하)>(저자 홍인섭, 법률출판사)를 적극 추천합니다. 기업회생 또는 법인파산 에 관한 상담을 원하시면 언제든지 친절하게 상담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