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생 및 파산절차 개관

금문산업 회생과 '회생계획안 5대원칙'

어제(8월29일) 예정된 자동차부품업체 ‘금문산업’의 회생계획안에 대한 관계인집회가 9월 12일로 연기됐다. 서울회생법원이 채권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관계인집회를 미룬 것이다. 채권단은 출자전환으로 대출채권을 갚는 회생계획안에 대해 좀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산업의 변동과 최근 현대차의 고전으로 협력업체인 ‘엠티코리아’가 2017년 10월 회생절차에 들어간데 이어 올해 3월 ‘금문산업’이 합류했고, 지난 6월에는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현대차의 1차협력업체는 300개에 달하지만 근래에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를 신청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최근 동향은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이상기류를 예고하는 전조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도미노 현상’의 조짐을 보이는 것은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200만4744대로 작년 동기 대비 7.3% 감소하면서 부품업체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한국GM, 르노삼성 등의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크게 하락한 것과 맞물려 있다.

 

이들 완성차 5개사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가 851개사이고, 2차·3차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8800여개사에 달한다. 완성차 5개사와 협력업체를 통틀어 서 직접 고용인력이 35만5천여명으로 전체 고용비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문산업은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지난 3월 주채권자인 부산은행은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통보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미 1월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접수한 상태였지만 상황을 지켜보다가 워크아웃이 무산되자 즉각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내렸다.

 

이 회사는 1993년 현대자동차 1차협력업체로 등록한 이후 연간 1천억원대의 매출을 지속했고, GM 등 외국업체로 거래선을 확대하면서 2012년에는 ‘3000만불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생산설비 확충과정에서 투입한 자금 등으로 인하여 최근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다.

 

2016년 기준 자산 1398억원, 부채 1141억원, 매출 1561억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해 감사의견이 거절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회사측의 회생계획 골자는 담보채권에 대해서는 100% 변제하고, 나머지 비담보 채권의 절반은 현금으로 변제하고 절반은 출자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회생절차상 총채권 1040억원 중에서 담보권 320억원을 뺀 나머지 비담보 채권이 720억원에 달하는데 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몫이다.

 

그렇다보니 부산은행 등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회생절차에서는 비담보 채권의 절반(350억원)을 출자전환 회생계획안에 대해서 장고에 들어간 것이다. 결국 전체 채권의 2/3를 차지하는 이들 금융기관의 고민이 회생계획안 관계인집회를 미루게 된 이유인데, 향후 보름 가량에 걸친 검토과정이 ‘회생계획안 승인’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회생절차에서 회생계획(안)이 갖는 중요성은 지대하다. <기업회생 이론과 실무>(홍인섭 저)에서는 회생계획안을 작성하는데서 ‘5가지 기본원칙’이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정하고 형평한 차등의 원칙’, ‘평등의 원칙’, ‘수행가능성의 원칙’,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 ‘특별한 이익을 주는 행위의 무효 원칙’ 등이다.

 

또한 금문산업의 경우처럼 회사측의 ‘회생계획안’과 채권자가 동의한 ‘회생계획’은 법적 의미와 위상이 크게 다르다. ‘회생계획안’은 관계인집회의 심리 및 결의를 거쳐 법원의 인가결정을 받아야만 ‘회생계획’으로서 법적 효력이 생긴다. ‘회생계획’은 관계인집회의 심리 및 결의를 거친 것을 말한다. 기업정상화에 대한 계획을 비롯해서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에 대한 권리변경 및 변제방법 등 회생절차 수행의 ‘기본규범’이 된다.

 

법원은 이해관계인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회생계획안 제출기간을 2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개인과 중소기업자는 1개월 이상 연장할 수 없다.)

 

또한 채무자와 채권자간 협의를 통해 신규자금 지원 등 구조조정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는 사적 구조조정 절차의 장점과 광범위한 법적 구속력을 미칠 수 있는 법정 구조조정 절차의 장점을 접목하여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사전계획안제도(Pre-packaged Plan, P-Plan 회생절차)도 운용되고 있다.

 

공정하고 형평한 차등의 원칙 ① 회생담보권, ② 일반의 우선권 있는 회생채권, ③ ②에 규정된 것 외의 회생채권 ④ 잔여재산의 분배에 관하여 우선적 내용이 있는 종류의 주주ㆍ지분권자의 권리, ⑤ ④에 규정된 것 외의 주주ㆍ지분권자의 권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권리의 순위’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① 회생절차개시 전의 벌금ㆍ과료ㆍ형사소송비용ㆍ추징금 및 과태료의 청구권, ② 국세징수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평등의 원칙 같은 성질의 권리를 갖는 자는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성질’이란 채무자 재산에 대한 법적 이익의 성질이 같다는 것을 의미하며, ‘평등’이란 금전채권에서 변제율이나 변제기간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생채권자 등이 받는 경제적 이익이 동일한 것을 말한다. 비금전채권에서는 급부의 재산적 가치를 기준으로 하여 금전채권과 같이 동일함을 뜻한다.


예외적으로, ① 불이익을 받는 자의 동의가 있는 때 ② 채권이 소액인 회생채권자, 회생담보권자 및 법에서 정한 기타 청구권을 갖는 자에 대해 다르게 정하거나 차등을 두어도 형평을 해하지 아니하는 때 ③ 채무자의 거래상대방인 중소기업자의 회생채권에 대하여 그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다른 회생채권보다 우대하여 변제하는 때 ④ 기타 동일한 종류의 권리를 가진 자 사이에 차등을 두어도 형평을 해하지 아니하는 때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채무자회생법은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 대한 예외를 별도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수행가능성의 원칙은 채무자가 예측대로 변제자금을 조달하여 회생채권을 변제하고, 회생계획기간이 종료될 때에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한 상태로 존속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회생법원은 조사위원으로 하여금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전에 ‘제2차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수행가능성을 판단하는 참고자료로 삼고 있다.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은 회생계획에 의한 변제방법이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때 각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것보다 불리하지 않게 변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사위원은 제1차 조사보고서를 통해 회생절차개시 결정일을 기준으로 청산가치를 보고하기 때문에, 개시결정일을 기준으로 청산가치를 보장하고 있으면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을 준수한 것으로 여겨진다. 예외적으로, 채권자가 청산가치 이하로 변제받는 것에 동의한 경우에는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별한 이익을 주는 행위의 무효원칙은 채무자가 자신 또는 제3자의 명의로 회생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일부 회생채권자ㆍ회생담보권자ㆍ주주ㆍ지분권자에게 특별한 이익을 주는 행위를 무효로 한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자신이 계산하고(혹은 계산하기로 하고) 제3자 명의로 회생계획의 공정한 성립을 방해하거나 부당하게 영향을 미치려고 특별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는 무효가 된다.

 

회사의 회생계획안이 이러한 원칙들을 준수했는가 여부가 기본적인 검토사항이지만, 설혹 이러한 원칙들을 충족했다고 하더라도 채권단의 고민은 간단치 않다. 최근 자동차업계의 기류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투자가치에 대한 판단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2018년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2조3193억원) 보다 33.5%가 격감한 1조5423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도 18% 가량 감소한 1조187억원에 그쳤다.



 

금문산업은 부산 강서구 공단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제조업체로서 사출, 도금 등을 통해서 라디에이터 그릴, 휠 커버 등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1차협력업체이고, LG전자에 냉장고, 에어콘의 그릴과 핸들 등을 납품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의 2차협력업체인 엠티코리아도 최근 매각이 거듭 무산되면서 청산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경영권 매각을 통해 신규자금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매각협상이 두차례 무산되면서 서울회생법원이 청산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1차협력업체인 리한도 지난 6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하고 실사를 받는 과정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업종의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업력이 20~30년이 넘고, 부품제조업체는 비단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의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기업회생의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서식을 집대성한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상, 하)>(저자 홍인섭, 법률출판사)를 적극 추천합니다. 기업회생 또는 법인파산 에 관한 상담을 원하시면 언제든지 친절하게 상담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