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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및 파산절차 개관

썬코어 스토리와 '현장실사'의 중요성

지난 2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을 신청한 ‘썬코어’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8월27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시한을 9월27일로 연기하고 매각지분 등 매각조건과 인수주체 등에 관한 준비기간을 부여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된 우여곡절이 눈길을 끈다.  




(썬코어의 대주주인 '썬텍'의 홈페이지 사진)


이 회사는 원래 경기도 파주에서 오일리스 베어링과 금형부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루보’라는 업체였는데, 2006년 ‘제이유그룹’이 관여한 주가조작 사태로 인하여 직격탄을 맞았다. 제이유그룹은 다단계업체로 주수도 회장이 구속처벌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2006년 10월부터 제이유그룹 부회장 등이 주도하는 작전세력에 의해 코스닥에서 주당 1,250원이었던 루보의 주가는 이듬해 4월 중순에는 51,400원까지 치고올라갔고,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5,200억원에 달했다. 폭등 1년만에 주가는 2천원 대로 급락했지만, 이 회사는 사라지지 않았다. 회사경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작전세력의 농간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표 = 위키피디아)


사건이 커지면서 제이유 가입회원들과 개미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실제 사정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사진 1장'과 이를 패러디한 '합성사진 1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 보물선 사기극'를 연상케 하는 촌극이었지만, 당시 피해자들 중에는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발생했다. 썬코어의 전신이었던 루보의 사례는 '현장실사'가 투자자(소액투자자)와 회생절차에서 가장 기본적이란 점을 상기시킨다.  



 (실제 사진)




(패러디 사진)

 

일반적으로 M&A가 매수자 입장에서 논의되지만 회생절차에서는 매도인 입장에서 논의된다. M&A(Merger and Acquisition, 합병과 인수)는 회사의 합병, 영업의 양수, 지배주식의 취득 등으로 회사의 지배권 내지 경영권을 직간접으로 취득하는 것을 일컫는다.

 

합병(Merger)은 한 회사는 존속하고 다른 회사는 해산하여 사원 및 재산이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흡수합병’을 뜻한다. 두 회사가 해산하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신설합병’(Consolidation)은 유례가 드물다.

 

인수 또는 매수(Acquisition)는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상당한 주식을 인수하여 경영권을 취득하는 주식매수(Acquisition of stocks), 상당한 자산을 매입하는 자산매수(Acquisition of asset), 조직적 일체로서 영업을 양수하는 영업양수로 구분된다.



 

독자생존 방식의 회생 전망이 어두워지면 M&A를 강구하게 된다. 현재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수익발생 전망이 밝아서 채무변제와 신규투자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새로운 기술개발 및 시설확충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신규투자자금 조달을 위해서도 M&A가 추진될 수 있다.

 

물론 회생관련법(74조)은 기존 경영자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경영자 관리인 제도’를 규정했지만, 경영진 교체가 수반되는 M&A 제도는 상충하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투자자금이 투입되지 아니하면 더 이상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면, 법원은 M&A에 의한 기업회생을 채택(인가)할 수 있다.

 

M&A의 시점은 회생절차개시 전부터 진행된 M&A, 회생계획인가 전에 진행되는 M&A, 회생계획인가 후에 진행되는 M&A로 구분되는데, 법원은 ‘회생계획인가 후의 M&A’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회생절차인가 전 M&A’에 관한 특칙까지 두어 각 회사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다.




저자 홍인섭 변호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는 기업회생 절차에서 M&A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강조한다. 부실경영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기존 사업주(혹은 경영자)가 회생절차를 남용하여 거액의 채무를 탕감받고 회사의 경영권을 회복하는 악의적인 행위를 감시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안이 강구됐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부실경영의 책임자가 해외에 은닉한 재산을 기반으로 헐값에 다시 기업을 장악하고, 여기서 파생된 회사가 일본에서 복원력 문제를 안고 있는 중고 대형선박을 수입해서 그릇된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커다란 비극이 초래됐다는 '사회적 반성'이 담겨져 있다.


  

 


법률 개정에서 이사 등 경영진의 중대한 책임으로 회생절차를 밟게 됐을 때 인수자가 그러한 자의 도움을 받아서 M&A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경우에는 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에서 배제하거나 불인가 결정을 하도록 했다.


또한 ‘유병언법’으로 불리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개정)'이 이뤄졌다. 이 법은 유씨 일가에 대한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허점이 드러나면서 2014년 11월에 개정 및 발효됐다.

 

주요 골자는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사고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뿐만 아니라 범죄수익을 은닉한 제3자에게도 재산추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금융거래·과세정보 등의 제공과 압수·수색·검증영장 도입 등을 통해서 은닉재산을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법적 동원수단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해서 9월 2일 대법원은 유씨의 장녀 유섬나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 위반으로 징역 4년과 추징금 19억여원을 확정했다. 유씨는 2011년~2013년 디자인업체 ‘모래알디자인’을 운영하면서 세모그룹 계열사 ‘다판다’에서 컨설팅비용 명목으로 24억8천만원을 챙기고, 동생 유혁기씨가 운영하는 컨설팅사 ‘키솔루션’에 자문비용 명목으로 회사자금 21억원을 부당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하여 루보의 후신인 썬코어가 10년만에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된 배경에도 석연치 않은 스토리가 있다. 이른바 ‘최규선게이트’의 장본인 최규선씨가 이 회사를 인수하여 2015년 7월 회사명을 ‘썬코어’로 바꾸고 전기차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016년 11월 다른 회사에서 43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법정구속되고,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9년과 벌금 10억원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썬코어는 2016년 회계감사와 2017년 ‘반기보고서’ 감사에서 두차례 ‘의견거절’ 평가를 받고 지난 3월 상장폐지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 129억원과 부채 202억원으로 최대 주주는 지분 10.3%(401만주)를 소유한 ㈜썬테크놀로지스(약칭 썬텍)이고, 매각주관사는 삼일회계법인이다. 그런데 대주주인 썬텍도 거래정지 상태이고 9월13일(시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가 심의 및 의결될 예정이다. 화성에 소재한 썬텍은 압연 제조공정의 핵심부품인 ‘주조 압연롤’ 제작업체로서 철강용 대형 롤과 중소형 롤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스큐 드론(응급구조용)’ 개발 등 드론과 모터관련 기술을 보유한 ‘드로젠’과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