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빅 한진조선소 회생신청
한진중공업의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HHIC-Phil)가 올롱가포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개시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은 이같은 사실을 1월8일 공시했다.
필리핀의 수빅만은 미 해군이 오랫동안 주둔하면서 그 지명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현지법인으로 설립된 수빅조선소는 주로 상선 건조를 위해서 2004년에 세워졌고, 주로 특수선을 건조하는 부산 영도조선소와 함께 한진중공업의 두 기둥으로 성장했으나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수주량 감소 및 선가 하락 등으로 경영이 악화됐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게 된 것도 누적된 적자로 인하여 수백억원에 달하는 물품대금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지에서는 주로 인력이 조달되고, 주요 부품 은 국내 전문업체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국내 조선업 협력업체로 파장이 예상된다.
자산이 1조8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수빅조선소는 모기업인 한진중공업이 투자유치자문사 삼일회계법인을 통해서 최근까지 M&A를 추진해 왔으나 성사되지 못하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그동안 최대 3만명에 달하던 현지 인력은 4천여명 이하로 감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빅조선소는 지난해 필리핀 ‘우덴나코퍼레이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한때 매각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끝내 무산됐다. 당시 매각금액은 1조원 가량으로 추정됐다.
해외에서 진행되거나 해외와 관련된 기업회생절차는 ‘외국도산절차’라고 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처럼 해외 현지법원에 신청한 기업 및 개인의 회생 혹은 파산절차와 임시절차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절차를 승인하고 지원하는 것은 서울회생법원 합의부의 관할에 전속되지만, 절차의 효율적인 진행이나 이해당사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당사자의 신청이나 서울회생법원의 직권으로 관련법이 정한 관할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할 수 있다.
이른바 ‘국제도산’의 적용범위는 ① 외국도산절차의 대표자가 외국도산절차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승인이나 지원을 구하는 경우 ② 외국도산절차의 대표자가 대한민국 법원에서 국내도산절차를 신청하거나 진행 중인 국내도산절차에 참가하는 경우 ③ 국내도산절차와 관련하여 관리인ㆍ파산관재인ㆍ채무자 그 밖에 법원의 허가를 받은 자 등이 외국법원의 절차에 참가하거나 외국법원의 승인 및 지원을 구하는 등 외국에서 활동하는 경우 ④ 채무자를 공통으로 하는 국내도산절차 및 외국도산절차가 대한민국 법원과 외국법원에서 동시에 진행되어 관련절차 간에 공조가 필요한 경우 등이다.
현행 국내법은 ‘속지주의’를 폐지하고 국내 도산절차의 관리인 등이 외국법이 허용하는 바에 따라 국내 도산절차를 위하여 외국에서 활동할 권한이 있음을 명시하였다. 따라서 해외재산을 파산재단으로 삼는 외국절차에 국내 관리인이 참가할 수 있고, 채권자가 외국재산에 대하여 외국에서 개별집행을 하는 경우에는 관리인이 국내법에 따른 도산절차의 효력을 주장하여 외국법원에 그 중지를 신청할 수 있다. 물론 해당 국가에서 속지주의를 취할 경우에는 국내 관리인이 관리처분권을 주장할 수 없다.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홍인섭 저)에서는 이외에도 국제도산과 관련하여 ‘종절차의 대외적 효력’, ‘파산재산의 해외로부터의 반입’, ‘외국도산절차의 승인 및 대내적 효력’ 등에 대하여 주의할 점을 강조했다.
특히 외국 도산절차의 승인은 외국도산절차에 대하여 국내에서 지원처분을 할 수 있는 기초로서 승인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외국판결의 승인’과는 성격이 다르다.
외국판결의 승인은 별도의 재판 없이 외국판결의 기판력 등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외국도산절차의 승인은 현지에서 절차개시 등 재판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국내업무나 재산에 대하여 국내법이 정한 지원처분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보전처분과 개시결정 등에 관한 절차적 효력을 국내에 승인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외국도산절차의 승인은 민사소송법 제217조가 규정하는 외국판결의 승인과는 달리 외국법원의 재판을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외국도산절차를 승인하는 것으로서 그 법적 효과는 외국도산절차가 지원결정을 하기 위한 적격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고, 그 승인에 의하여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직접 대한민국 내에서 확장되거나 국내에서 개시된 도산절차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취지에 입각해서 국내 회생법원은 외국도산절차에 대해서 ①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대한 소송 또는 행정청에 계속하는 절차의 중지 ②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절차의 금지 또는 중지 ③ 채무자의 변제금지 또는 채무자 재산의 처분금지 ④ 국제도산관리인의 선임 등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을 보전하거나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처분을 지원할 수 있다.
국내법원의 이러한 지원절차는 현지 법인의 승인결정 전에는 외국 도산절차의 대표자가 신청할 수 있고, 승인결정 후에는 이해관계인이 신청할 수 있다. 이해관계인에는 외국 도산절차의 대표자도 포함되고, 국내법원이 직권으로 지원결정을 할 수도 있다.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지원결정의 법적 의미와 효력에 대해 “국내에서 진행되는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대한 소송 등의 중지와 강제집행,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 보전절차 등의 금지 또는 중지, 채무자의 변제금지 또는 채무자 재산의 처분금지 등 외국도산절차의 대표자가 외국도산절차에 필요한 배당·변제재원을 국내에서 보전·확보하고 이를 기초로 배당·변제계획을 수립하거나 그 계획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절차적인 지원을 하는 것일 뿐, 외국법원이 외국도산절차에서 한 면책결정이나 회생계획의 인가결정 등과 같이 채무나 책임을 변경·소멸시키는 재판을 직접 한다거나 외국법원의 면책재판 등에 대하여 국내에서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는 재판을 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실체적으로 변경·소멸시키기 위한 절차는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에서는 이밖에도 하나의 법인 또는 자연인에 대하여 복수의 국가에서 도산처리절차가 계속되는 ‘병행도산’, 외국도산절차와 국내도산절차의 조정, 국제도산 사건에서 법원 간 공조 등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