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회생종결과 불귀구(不貴久)
지난 1월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한 카페베네가 10월11일 법정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지 9개월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캡처)
서울회생법원은 카페베네가 비용절감 등을 통해서 회생계획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410여개 가맹점과 거래를 유지하면서 신규 거래처 발굴 등으로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회생절차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카페베네는 9월20일까지 올해 상환해야 할 소액채권을 모두 변제한 바 있다.
회사측은 앞으로 가맹점을 중심에 둔 경영정상화, 사업부문별 전문성 강화, 효율적 경영시스템, 안정된 재무구조에 역점을 두어 본격적인 제2 창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 리뉴얼, 메뉴개발 역량강화, 공간가치 제고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구당서(舊唐書)에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는데, 기업도 한두번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다만 계속기업가치를 보존하겠다는 마인드가 부재하면 원천적인 동력이 사라져 재도전의 기회를 갖기도 어렵게 된다. 기업회생절차가 길어지면 일반적으로 계속기업가치가 하락하고 회생기업의 구성원들도 운영자금 부족 등으로 기력이 쇠잔해지기 마련이다.
손자병법에는 ‘불귀구(不貴久)’란 말이 나온다. 군사를 일으킨 자는 (전승에)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손무도 전쟁을 오래 끌고가면 민생이 피폐해져 백성들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가능한 조속히 승리하여 매듭짓는 자야말로 국가안위와 국민을 생각하는 진정한 위정자라고 하였다.
카페베네가 회생절차종결에 걸린 시일은 어떤 면에서 좀 긴 시간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과거 사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조속한 회생절차 개시와 종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다양화하고 있다. ‘불귀구(不貴久)’는 회생병법의 제2조라고 할만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불귀구(不貴久)’가 무턱대고 들이대거나, 허겁지겁 서두르자는 것은 아니다.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 : 법인·일반·간이회생>(홍인섭 저)의 서두에서 강조한 ‘일정한 현금(시재)의 보유’, ‘재정상태가 너무 악화되기 전에 신청’, '신청이후 적극적 영업’,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은 공연히 시간을 끌지 말고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 할 핵심과제를 말한다.
2008년 11월 설립된 카페베네는 4년 만에 800호점을 여는 등 사업이 급팽창했지만 2013년 이후 신사업과 해외투자에서 고전하면서 경영이 악화했다. 차입금 1500억원(2014년)이 이듬해 이자상환 구조로 자리잡으면서 부채상환 압박이 거세져 정상영업이 어려워졌고, 기존 수익구조로는 영업현금흐름의 2배∼3배에 달하는 부채상환금을 감당할 수 없었다.
카페베네의 재정적 어려움은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스타벅스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가맹점 무한확대(2013년 1000호점), 미국 중국 등으로 성급한 해외진출, 블랙스미스 등 무리한 신규사업 확장, 최고경영진의 매너리즘 등이 악성 결합하면서 부실경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13년 매출액 1874억원, 영업이익 40억원에서 고점을 찍고, 2016년에 매출액 817억원과 영업적자 134억원으로 추락했다.
카페베네가 9개월만에 회생절차를 마치고 기업정상화의 궤도에 진입한 것은 ‘계속기업가치’(Going concern value)가 ‘청산가치’(Liquidating value)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회생절차개시와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고 채무를 조정하여 본격적인 ‘패자부활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계속기업가치’(Going concern value)는 채무자(기업)가 재산을 해체 및 청산하지 않고 이를 기초로 하여 사업을 계속 영위해 나갈 때 예상(기대)되는 가치를 말한다. 즉 기업의 ‘존속가치’를 말한다. 회생법원에서 기업의 ‘계속기업가치’를 ‘청산가치’(Liquidating value)보다 높게 판단해야 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고 회생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카페베네도 기업회생의 정석(定石)이라고 할만한 기본여건을 충족시키면서 회생절차를 종결하고 이제 복원과 재기의 출발점에 설 수 있게 됐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4월부터 반등세로 돌아서 상반기매출 136억2700만원, 영업이익 1억2300만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국내외 투자회사 등 포함)으로는 아직 적자이지만 상반기 회복추세가 이어진다면 ‘골든 크로스’가 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