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중소기업의 회생계획 인가
(계속)
<사방이 막힐 때 열린 하늘을 보라>(하민 저)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의 '생생한 기업회생 기록'을 담았다.
“내 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요즘은 혹시 사고칠까봐 사무실 옥상에도 올라가지 않는다.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보고 있으면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다.”(회생절차개시신청 이후 22일째 일기 중)
“판사에게 개인심문을 받고 보니 범법자가 된 느낌이다. 너덜너덜하다는 느낌을 잘 몰랐는데 이런 느낌인가 보다. 내가 갈기갈기 찢긴 기분이다.”(12일째 일기 중)
“눈이 내린다. 회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시점도 이맘때였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아내한테서 문자가 왔다,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한다.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중략) 사실은 나도 많이 아프다. 누구한테든 내 마음을 털어놓을데가 없다. 그냥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떠나가고 싶은 생각이 수없이 든다.”(86일째 일기 중)
한 기업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가 겪는 자존감의 박탈과 외로움은 회사의 다른 구성원들이 겪는 불안 및 고통과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 대표는 모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분사 품의서를 올려 허락을 받아 독자적으로 법인을 설립한지 10년만에 기업회생과 대표이사 일반회생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그는 법정관리를 수행하는 관리인으로 ‘존재이전’을 하면서 대표이사와 관리인이라는 ‘이중적 존재’가 된다. 또한 12주 안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책무를 완수해야 한다.
하 대표가 법원에 회생개시신청을 한 다음날부터 협력업체의 용역대금 변제와 은행의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는 압박이 시작됐다. 심지어 은행의 담당직원이 회사 직원에게 “기업회생 신청은 사기”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법원의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중지명령이 없다면 회사를 통째로 뜯어가지 말란 법도 없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자동중지제도에 의해 신청서 접수와 동시에 사실상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된다. 하 대표는 신청서를 접수한지 6일이 지나서 회생법원(일반법원 파산부)에서 재산보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졌다는 통보를 받았고, 12일이 지나서 법원에 출두해 담당판사로부터 ‘대표자 심문’을 받았다. 24일이 지나서 회생절차개시 허가와 ‘회생관리인 임명장’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신청한 대표이사의 일반회생절차는 난관을 예고했다. 그가 법무법인 담당실장과 변제율에 관한 상담을 마친 후 남긴 말이다. “대표이사 급여를 줄여서 기업의 회생계획 변제율을 높였는데 이로 인해서 대표이사의 일반회생 회생계획 변제율이 낮아져서 인가가 나지 않는다면 이율배반적이다.” 실제로 최대 채권자인 보증보험사와 채권은행들이 일반회생계획을 거부해서 하 대표는 개인파산면책을 하게 되고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때 그는 민법의 관련규정을 들어 “신용불량자가 대표이사 관리인이 될 수 없다”면서 사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생절차개시신청 143일이 되서야 우여곡절 끝에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게 됐다. 이날 제2차 관계인집회(회생계획안 심리)와 제3차 관계인집회(회생계획안 결의)를 잇달아 개최하고 ‘회생계획안’을 확정해서 법원의 인가를 받았다.
앞서 1차 관계인집회는 조사인 보고서로 갈음했고, 자본잠식으로 주주는 의결권이 없었다. 제3차관계인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 조(組) 100%, 회생채권자 조 92%라는 압도적 동의로 회생계획안이 결의되자 법원은 즉각 인가했다.
회생신청 이후 143일만에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은 것에 대해 하 대표는 무심하게 소감을 덧붙였지만, 무언가 언중유골(言中有骨)이 담겨져 있다. “지금까지 한번도 문제없이 절차가 진행된 것을 보니 기업회생 신청에서 회생계획 인가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한 143일은 걸리나 보다.” 회생개시 신청 이후 무려 5개월에 달하는 시간이 경과한 것이다.
그는 회생계획안 인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을 일부 금융권 회생담보권자의 소극적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부동의가 예상되는 회생담보권자의 담보는 미리 처분하여 정리하고 회생개시신청을 해야 한다”는 독백을 남겼다.
뒤늦게 시작된 기업회생절차가 이제 본 궤도에 오르게 됐는가? 그렇지만도 않았다. 회생계획안 인가 이후에 M&A 추진을 위한 ‘변경회생계획안’의 인가도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고통스런 시간 속에서도 일상에서 기업회생에 대한 영감과 용기를 얻는 대목도 등장한다.
우연히 EBS 인문학강의 ‘아포리아(Aporia) 시대의 리더십’을 보고 일기에 “오늘은 지도자를 추앙했던 자들이 내일은 그 지도자를 내칠 수 있다. 리더는 모든 결과를 책임지고 감내해야 하는 자리”라고 적었다. 아포리아시대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시대를 지칭하지만, ‘아포리아’는 어원이 ‘막다른 곳에 다다름’이란 뜻이고 철학적으로는 어떤 사물에 관해 해결방도를 전혀 찾을 수 없는 난관에 처한 상태를 뜻한다. 하 대표의 처지를 상징한 셈이다.
그해 열린 ‘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 대한 소감도 나온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일본에게 대역전승을 거두는 장면을 목격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일기에 남겼다.
< WBSC 프리미어 12 - ‘도쿄돔 대첩’ >
2015년 11월 20일 도쿄돔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의 위력에 눌려 8회말까지 0:3으로 패색이 짙었는데, 투수가 바뀐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오재원 선수 등 세타자가 연속으로 안타를 치고 이용규 선수의 데드볼, 김현수 선수의 포볼 등을 묶어 2:3으로 추격했다.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이대호 선수의 2타점 적시타가 작렬해서 순식간에 4:3으로 역전했다. 한국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미국을 8:0으로 대파하고 우승했고, 준결승전에 앞서 결승전에 나설 투수진까지 예고했던 일본은 ‘도쿄돔의 굴욕’을 당했다. |
하 대표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 후 처음 맞이한 추석 연휴에 집안 분들을 보기가 민망해서 가족과 함께 설악산 등반에 나선다. 바닷가에서 아이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털어 놓자, “아이들이 ‘재산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환하게 답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 ‘새로운 시작’이다. 부모에게 재산과 권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무한한 잠재성과 가능성을 갖고 새롭게 시작한다. 한나 아렌트는 이를 ‘인간의 탄생성’이라고 했다. 기업회생도 어쩌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가수 김광석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라고 노래했다.
다음은 하 대표의 일지 중에서 ‘회생절차개시신청 접수 이후 회생계획안 인가’까지 기록한 주요상황 및 법적 절차와 그의 소견 등을 압축적으로 요약한 것이다. (일자는 회생절차개시 신청일 기준)
( 표 =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 중에서)
3일 - 사내에서는 모 과장이 프로젝트를 통째로 포기하는 분사를 요구했다. 회생절차 중에도 신규 프로젝트를 보증발행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했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4일 - 회사와 관련된 지인과 고객들에게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문자로 공지했다. 이날 회생변호사는 “회생계획 인가 여부는 4개월 정도 지나야 알 수 있다”고 했다.
5일 - 회생변호사는 “일단 자체회생 계획을 추진하자”, 기획실장은 “M&A를 고려한 계획을 수립하자”고 의견이 엇갈렸다.
6일 - 회생법원(일반법원에서는 파산부)에서 재산보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졌다. 판사가 대표자 심문을 다음주 월요일에 실시한다고 통지했다. 이날 모 프로젝트의 현장소장을 방문하여 사업지속, 필요자금 선지원, 선급금의 상환연기를 요청하고, 다른 고객사와 계약타절(incomplete agreement)에 합의했다. 조건은 납품업체에 줄 돈을 원청회사에서 직접 지불하고, 보증보험금·선급금 등을 이행처리한 것으로 합의한 것이다. 쌍방 합의로 회생채권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 계약타절은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하 대표는 회생신청 일주일째 되는 날부터 납품업체들의 문의가 심해져서 직불(고객사 및 원청회사에서 납품 및 하청업체로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법)에 동의한다는 방침을 알렸지만, 납품업체의 고조되는 불안을 참작하여 보다 명시적인 방법을 강구했다. 원청회사로부터 직불에 동의한다는 공문을 받아서 자체 공문에 첨부하여 납품업체에 일괄 발송한 것이다. 이로써 사내직원이 퇴직하고 창업한 ‘1인 기업’이나 재정적으로 몇일도 버티기 힘들어 하는 허약한 납품업체들부터 안심시켰다.
이 즈음에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선순위에 있던 대출신청 기업이 취소되자 하 대표에게 대출이 가능하게 됐다고 연락했다. 전형적인 ‘뒷북치기’였다. 하 대표가 회생절차개시 인가 후에 극심한 운영자금난을 겪으면서 담당판사의 추천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 ‘구조개선지원금’을 신청했을 때는 “기금이 소진됐고 지원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또한 주거래은행에 ‘외담대어음(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타진해 보았으나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외담대어음은 이른바 ‘B2B대출’로 불리는 방식으로 고객사(원청업체)가 물품 구매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면 납품업체가 그 어음(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하 대표는 이날 운영자금을 알아보려고 하다가 거꾸로 혹을 붙일 뻔했다. 외담대어음이 불가하다고 답한 주거래은행의 계좌로 고객사에서 대금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져도 회생계획 인가 전에는 채권은행에 입금된 대금은 대출금과 상계처리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금쪽같은 재원이 대출금 상환으로 직행한다는 것은 악몽이었다. 담당직원들이 회생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8일 - 해외프로젝트 원청회사에서 방문하여 실사하면서 “파산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하 대표는 언잖은 질문이었지만 프로젝트의 계속수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인적, 물적인 계속성을 유지하도록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원청회사에서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계약관계를 정리할 것을 약속했다.
9일 - 과장급 등 중간간부들이 퇴직금 보장 요구를 다시 들고 나왔다. 그 중에는 자신의 분사요구를 관철시키기에 용이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 회사가 퇴직금 등을 조기에 정리하려면 파산처리를 해야 하고, 그러면 분사에 용이한 조건이 생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평직원들은 공익채권이란 개념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으로 중간간부들의 주장을 지지했고, 사측이 공익채권의 우선변제에 대해 설명해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
이날 은행의 기업담당 지점장이 방문하여 “회생신청이 성급했다”면서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고 또 다시 뒷북을 쳤다. 또 다른 은행에서는 담당자에게 “지급정지를 풀었으니 수금을 받아도 된다”고 했다. 하 대표는 선의로 하는 말인지, 선의를 가장한 것인 지 알 수 없었다.
10일 - “지금에 와서 보니 배려를 많이 해준 직원들이 먼저 퇴직하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구나.” 먼저 퇴직한 직원들은 상무급 임원과 함께 프로젝트를 통째로 가져간 그룹을 말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들이라 함은 사내에서 프로젝트를 떼어내 분사하려는 그룹과 원청회사의 해외프로젝트 준비팀에 파견됐지만 거기서 아예 독립하려는 그룹을 말한다.
13일 - “기업회생절차가 직원들의 일터를 보장해주는 것인데, 직원들은 회사가 망하는 것으로 생각하나 보다”고 낙담하는 대목이 나온다. 회생개시신청 2주일만에 전체직원회의를 열고 전반적인 상황을 논의하고자 했지만 또 퇴직금 보장 문제로 회귀하고 말았다. “사장님이 사장놈이 되는 것은 순간이다.”
14일 - 기업회생절차 개시인가를 받은 모업체의 상무는 “신규 프로젝트를 받기 어려워 M&A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일 - 임직원에게 ‘직원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29일 - 관리인으로서 첫 업무는 협력업체에 대한 직불을 동의한 것과 관련된 법원 허가신청을 준비했다.
30일 - 이튿날에는 비용지출 및 경비절감에 관해 공시하고, 회사운영 자금현황에 대해 직원들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납품업체 공장에서 검수가 처리되지 못한 장비에 대한 대금지불에 관해서 “미이행 쌍무계약은 법원허가를 받으면 회생채권이라도 지불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처리했다.
31일 - 퇴직사원 미지급급여 고발건으로 고용노동부에 출두했다.
32일 - 기업운영 현황 등에 대한 관리 및 수정을 직원협의회에 위임했다.
34일 - 직원들에게 ‘관리인 업무사항’에 대해 이메일을 보냈다. 직원들은 대표이사가 관리인이 되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통해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6일 - 대법원 사이트에 접속해서 ‘나의 사건’ 코너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날 부장급 임원이 “불법으로라도 비자금을 조성해서 퇴직금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37일 - ‘관리인 인감등기’를 했다. 은행의 외화계좌 인감변경이 가능해졌다. 이날 주거래은행에 고객사에서 2억원이 입금돼서 지급정지 및 상계처리를 걱정했으나, 입금자의 승인 없이는 인출이 불가능한 ‘에스크로 계좌’로 송금돼 이를 납품업체 직불로 대체할 수 있었다.
41일 - 회생계획안 작성을 위한 채권자목록을 제출했다. 임직원에게 대표이자 관리인으로서 메일을 발송하면서 기업회생 방안으로 M&A를 명시적으로 거론하고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48일 - 법원이 조사위원으로 임명한 회계사가 방문해서 재무실사를 실시했다. 무덤덤한 태도를 보였을지도 모를 하 관리인에게 회생변호사는 최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답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목에서 하 대표의 기록에는 굳이 무언가를 작위적으로 좋게 보이려고 하는 것에 대해 탁탁치 않게 여기는 듯한 뉘앙스가 묻어 나왔다. 하지만 법무대리인의 조언은 기업의 청산가치와 계속가치가 별도의 기준에 따라 산출되지만, 실사에 대한 경영자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51일 - 퇴직자 체불입금 건으로 고용노동부 출두
56일 - 대표이사의 일반회생에 관한 재산보전처분, 포괄적 금지명령
59일 - 기업회생 채권시부인표 제출
73일 - 건강보험공단에서 직장보험료 및 연체료에 대한 체납처분을 실시하겠다면서 가압류를 통보해 왔다. 이에 대해 즉시 납부로 대처했다. 하 대표는 건보료 납부를 뒤로 미루고 자금을 좀더 융통하고자 했으나 관련 법규가 상당히 조밀해서 임의적인 조정이 불가능하다. 이날 집으로는 아파트 경매에 관한 통지문이 답지했다. 이에 대해서는 일반회생 개시결정문을 첨부하여 경매중지 신청서를 법원에 등기로 송부했다.
79일 -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은 후에 회사자금으로 1,2년치 정도의 회생채권을 미리 변제하여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하고, 회사 주식을 정해진 금액으로 되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이 회사를 다시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80일 - 조사인 재무보고서를 제출하고 M&A에 관심을 보인 회사 2곳에도 이메일로 공유했다.
83일 - 대표이사의 일반회생이 이뤄질 경우에 매각될 아파트에도 재산세가 나와 법무법인에 문의한 결과, 설혹 개인파산면책을 받더라도 재산세는 본인이 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날 모 부장이 작은 금액이지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작은 것이라도 모으면 커진다”고 칭찬하고 막걸리 한 잔 하기로 했다.
85일 - 관리인보고서, 채권시부인표, 조사위원보고서 등을 회생법원에 발송했다. “이렇게 해서 1차관계인집회를 대체하는 듯하다.”
86일 - M&A에 담을 내용을 법무법인에 보내자, 담당실장은 이번 회생계획안은 M&A에 신경 쓰지 말고 일단 회생계획안 인가에만 집중하자고 권고했다. 그런 계획은 회생채권자들의 동의를 미리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87일 - 고객사에서 부인한 프로젝트의 추가공사 대금에 대한 공문을 작성했다. 계약문서 미비로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미 추가공사는 완료한 일이었다.
110일 - 휴대폰 개통 이후 한번도 바꾸지 않은 전화번호를 바꿨다. “집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꿔보자고 하는데 굳이 반대해서 가정에 분란을 만들 이유가 없다.”
114일 - 성탄 전야를 맞이하여 전사가 휴무하는 날에 가장 신임하고 유의가 두터운 상무급 임원과 함께 신년(2016년) 사업계획과 경비절감 방안 등을 수립했다. 부서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적 성격을 갖는 긴축경영이 골자였다.
118일 - 프로젝트를 계약해도 계약이행 보증보험 발행이 어려워 발주처와 직접계약할 수가 없게 되자 00전기를 앞세워 계약하기로 하고, M&A나 지분투자 형식으로 투자를 모색해 줄 것과 투자결정시에 운영자금으로 미리 지원해 줄 것을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119일 - 중동권 프로젝트 대금이 수금돼 급여와 협력업체 대금을 지급하고 필요경비를 지출했는데, 급여가 4일 늦어진데 대해 불만을 품은 모 과장이 사내 보고도 없이 고객사의 요청으로 계획된 중동 출장을 갈 수 없다고 고객사에 직통으로 알리는 바람에 말썽이 커졌다. 고객사는 1조원에 달하는 수출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일부를 하 대표의 00사업부문에 맡기고 있었다.
123일 - 새해 인사 겸 회생신청 상황, 새해 각오를 고객사와 지인들에게 보냈다. 하 대표는 “친절하게도 답변이 왔다”고 적었다.
134일 - 최종 수정된 회생계획안을 주요 금융권 채권자들에게 메일로 보냈다. 직원들에게도 회생계획이 인가될 것이라고 알리면서 M&A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런데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00건설의 상무가 “회생기업이 M&A를 추진할 때 회생절차를 졸업하게 되면 불리해진다”고 조언했다. 채권자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부채탕감에 대한 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136일 - 00사업부문의 분할매각에 대해서 회계법인은 긍정적으로 답변하면서도, 이 사업부문의 내용이 좋아서 매각가격이 너무 높게 설정되면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과 채권단이 매각대금으로 회생채권 우선변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139일 - 회생계획안이 최대 채권자인 보증회사 등 회생채권자들의 소극적 반응으로 미뤄지고 있다. 보증회사는 법원의 관리위원에게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CRO(구조조정 책임자)를 추천하겠다고 했다. “금융채권자들은 회생기업의 CRO를 퇴직자를 위한 자리로 활용하는가 보다.”
143일 - 기업에 대한 '회생계획안' 인가
(계속)
*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서식을 집대성한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상, 하)>(저자 홍인섭, 법률출판사)를 적극 추천합니다. 기업회생 또는 법인파산 에 관한 상담을 원하시면 언제든지 친절하게 상담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