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판례와 평석

공사대금의 회생채권, 공익채권 논란

기업회생및파산센터 2018. 9. 17. 19:30

서울고등법원 이진만 부장판사는 최근 <법률신문>(2018.9.3)에 지난해 대법원 판례 중에서 기업회생과 관련된 판례에 대해 평석을 남겼는데, 공사를 발주한 기업이 중도에 회생절차를 밟게 됐을 때 미완성 상태인 공사에 대한 대금 청구권은 어떤 성격을 갖는가에 대한 사건도 소개했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하청업체는 지금까지 투입된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보수만이라도 속히 받게 되기를 원한다. 따라서 원청회사가 회생절차를 개시했더라도 공사의 진척도에 따른 일부 대금이나마 먼저 받으려고 한다. 여기서 채권의 성격을 놓고 공익채권인가, 회생채권인가에 대한 논란이 촉발된다.





김 부장판사는 ‘파산절차에 관한 특칙인 민법 제647조 제1항의 회생절차에 유추적용 여부’(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6다221887 판결)를 쟁점으로 소개했는데, 대법원은 “주요한 발생원인이 회생절차개시 전에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회생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제647조(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 ①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이 적법하게 전대한 경우에 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에 부속한 물건이 있는 때에는 전대차의 종료시에 임대인에 대하여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1) 사안

 

원고가 S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S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피고가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원고가 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피고에게 계약의 해제·이행 여부에 대한 확답을 최고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나 원고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으로 주장한다면 도급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하였다.

 

원고는 공사도급계약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으로서 해제되었는데 이미 이행된 급부의 원물반환이 불가능하므로 법 제121조 제2항에 따른 가액상환의무가 있고 이는 공익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원심은 공사대금채권은 회생채권이므로 직접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판결요지

 

(회생절차와 파산절차는 각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절차개시 전부터 채무자의 법률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처리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되고, 미이행계약의 해제와 이행에 관한 규정인 법 제121조와 제337조의 규율 내용도 동일하므로, 파산절차에 관한 특칙인 민법 제674조 제1항은 공사도급계약의 도급인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유추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도급인의 관리인이 도급계약을 미이행쌍무계약으로 해제한 경우 그때까지 일의 완성된 부분은 도급인에게 귀속되고, 수급인은 법 제121조 제2항에 따른 급부의 반환 또는 그 가액의 상환을 구할 수 없고 일의 완성된 부분에 대한 보수청구만 할 수 있다.

 

이때 수급인이 갖는 보수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성비율 등에 따른 도급계약상의 보수에 관한 것으로서 주요한 발생원인이 회생절차개시 전에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회생채권에 해당한다.

 


(3) 평석

 

도급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관한 구 파산법 조항은 적용될 여지가 없고 민법 제674조 제1항에 따라 수급인 또는 파산관재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 이러한 계약의 해제는 장래에 향하여 도급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구 파산법 당시의 통설과 판례였다.

 

이러한 해석은 현행법 하의 파산절차에서도 여전히 타당하다. 공사 완공 전 공사도급계약의 해제는 미완성 부분에만 미치고 원상회복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따르면,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은 인정되지 않고 기성부분을 도급인에게 귀속시키는 대신 수급인에게 그에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권리가 인정된다.

 

대상판결은 파산절차에 관한 특칙인 민법 제674조 제1항을 회생절차에 대해서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위와 같은 법리를 회생절차에서도 그대로 적용하였다. 민법 시행과 동시에 파산법이 시행되었지만 당시까지는 회사정리법이 시행되고 있지 않았던 점, 파산이든 회생이든 미이행쌍무계약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따라서 도급인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수급인 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계약이 해제되면, 수급인은 그때까지의 기성비율에 따른 보수를 회생채권으로 하여 회생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홍인섭 저)에서도 ‘수급인의 공사대금 청구권’에 대한 법정 논란을 소개하고 있는데, 위와 달리 회생절차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지속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공익채권으로 보았다.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 전에 상대방 수급인과 공사계약을 체결하여 공사가 진행되던 중에 회생절차가 개시되고, 관리인이 쌍무계약으로서 이행을 선택한 경우에 수급인의 기성고에 대한 공사대금청구권이 회생채권인지 공익채권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기성공사부분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급인인 회사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고, 상대방이 정리회사의 관리인에 대하여 구 회사정리법 제103조 제2항에 따라 계약의 해제나 해지 또는 그 이행의 여부를 확답할 것을 최고했는데 그 관리인이 그 최고를 받은 후 30일 내에 확답을 하지 아니하여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포기하고 채무의 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될 때에는 상대방의 기성공사부분에 대한 대금청구권은 같은 법 제208조 제7호에서 규정한 '법 제103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인이 채무의 이행을 하는 경우에 상대방이 가진 청구권'에 해당하게 되어 공익채권으로 된다”고 판시하였다.

 

홍인섭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와 같은 판례의 취지에 따라 현재 실무는 건설회사의 관리인이 쌍방미이행의 공사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는 경우 회생절차 개시 이전의 기성고에 대한 공사대금청구권을 포함한 공사대금청구권 전부를 공익채권으로 취급하고 있다”면서도 “도급인인 채무자가 공사도급계약을 법 제119조에 의하여 해제한 경우에는 서울회생법원의 실무는 기성고에 대한 공사대금청구권을 회생채권으로 취급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