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및 파산절차 개관

미주제강, 'P플랜'으로 44일 회생종결

기업회생및파산센터 2018. 9. 17. 00:37


 

‘미주제강’은 2018년 1월 12일에 수원지법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하고 3일 후인 15일에 개시결정을 받았다. 이어 2월 21일 '사전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아 결국 3월에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이 회사는 올해 중으로 회생담보권자 채무액 10%를 상환하고, 나머지 90% 채무액은 내년부터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갚고, 회생채권자의 채무액은 2021년부터 10년간 분할 변제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회생절차는 개시 이후 44일만에 종결한 ‘법정관리 최단기 기록’이다. 그동안 최단기록은 회생신청개시 결정부터 종결까지 85일만에 주파한 ‘성우엔지니어링’이었다.




(표=서울경제신문) 한국 철강산업 SWOT


이렇게 최단기 기록을 세우게 된 배경에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미주제강은 2012년 철강업계 침체와 자금난이 겹쳐 회생절차를 밟고 2013년 회생계획 인가를 통해서 2015년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인수하면서 회생절차를 종결했지만 변제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미주제강 순천공장)



미주제강은 당초 회생계획안에서 순천공장을 매각해서 회생담보권자인 연합자산관리의 채무액을 갚기로 했지만, 공장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포항공장의 흑자는 순천공장의 고정 및 관리비용으로 충당되었다. 이렇게 해서 다시 회생절차를 밟게 된 것이 어두운 부분이라면, 두번째 개시신청에 앞서 채권자 조사와 회사운영 실사 등에 관한 기초자료가 정리돼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통상적인 기업회생절차에서는 법원의 회생개시 결정과 관계인집회(특히 3차)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회생계획안의 인가를 받는데 수개월씩 걸리지만, 미주제강은 어느 정도 회생계획안을 작성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전회생계획안’(P-플랜)에 상대적으로 최적화돼 있었다.




 

또한 회사측은 수원지방법원 담당판사와 여러 차례 사전면담을 통해서 채권자 변제율에서 변제재원 대책까지 상세한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이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었다. 여기에 회생담보권 100%를 차지한 연합자산관리가 미주제강 순천공장 매각을 통한 채무상환 계획을 신뢰했고, 회생채권자들도 미주제강 포항공장이 2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이 신속한 동의를 가능하게 했다.


법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한 회계사 출신으로 알려진 담당판사의 신속한 처리방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담당판사가 사전에 채권자와 회사 대표를 면담하고 변제자금 준비 등을 점검해서 ‘사전회생계획안’ 인가가 나는대로 곧 종결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것이다.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홍인섭)에서 "P플랜을 밟으려면 회생담보권 및 회생채권이 기재된 회생채권자 등의 목록은 회생절차개시를 상당 기간 앞둔 시점에 작성되고, 회생절차개시 전에 담보목적물의 가액을 파악하기 위한 감정평가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기술한 것도 위와 같은 맥락이다.

 

사전계획안 제도를 활용하려면 회생절차 개시신청 전에 담보목적물의 가액을 파악하기 위한 감정평가, 회생채권자 등의 목록 작성, 사전계획안에 대한 채무자 부채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 등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계획안’은 2001년 4월 ‘회사정리법’ 개정 당시 도입된 것으로 절차지연에 따르는 경제적 비효율을 제거하고, 기업개선작업(work-out)에 실패한 기업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해서 기업회생을 보다 신속하게 도모하기 위함이다. 또한 ‘사전 회생계획안’ 제출이 실질적 의미를 갖도록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Pre-packaged Plan, ‘P-Plan 회생절차’)가 시행된 것이다.

 

이 제도는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절차로서 미국 연방파산법의 Pre-packaged Plan을 모델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회생절차 개시 신청 전에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고 채권자들의 사전동의를 받아 회생절차 개시신청하면서 회생계획안을 함께 제출해서 조기에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는 이와 달리 회생계획 인가결정까지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래도 통상적인 절차보다는 현격하게 신속하다. 그런 면에서 이 제도는 채무자와 채권자간 협의를 통해 신규자금 지원 등 구조조정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는 '사적 구조조정 절차'와 법적 구속력이 미치는 광범하게 미치는 '법정 구조조정 절차'가 지닌 두가지 장점을 접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는 최근 성동조선, 미주제강 등이 서울회생법원이 아니라 창원지법, 수원지법을 선택한 것을 법원의 업무관리 태도와 연관짓기도 했다. 실제로 전대규 판사(수원지법 파산2부)는 지난 2월 언론사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의 채권자 정리를 보다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했다면 파산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사전회생계획안(P플랜, 프리패키지플랜)을 적용했다면 국내의 대표적 해운사를 회생시킬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다. 또한 “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할 때는 그 가능성을 인정한 것과 같다”면서 “회생계획 인가 후 기업이 첫 변제를 성공했다면 바로 종결해서 시장으로 돌려보내는 게 맞다고 본다”고 일갈했다.

 

나아가서 ‘사전상담’의 중요성과 법제화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법원의 프로세스는 사건이 접수된 다음에 시작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전상담은 말 그대로 접수되기 전에 판사가 사안을 조율하는 것이다. 형식적인 원칙에 얽매이지 말고 제도적으로 이 절차를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원의 권한은 채권자들을 강제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이나 부지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법원이 책임지고 채무를 정리해나가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미주제강의 조기졸업 기록은 기업과 회생법원(일반법원 파산부), 회생담보권자(연합자산관리) 등 채권자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회생실무에 관한 법원의 안목과 역량이 증진될수록 기업회생의 조기졸업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서식을 집대성한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상, 하)>(저자 홍인섭, 법률출판사)를 적극 추천합니다. 기업회생 또는 법인파산 에 관한 상담을 원하시면 언제든지 친절하게 상담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