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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및 파산 기본이론

폐업 증가와 경제성 판단(economic test) 원칙

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10인∼299인 규모의 사업장 중에서 폐업한 곳이 4만5470곳이고 창업한 곳은 3만4318곳이다. 폐업한 곳이 창업한 곳보다 1만1152곳이나 더 많았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및 업체를 운영하다가 어려움에 빠져 재기의 여지를 찾지 못한 경영자나 업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런 기업과 업체들은 회생절차를 밟을 수 없는 것일까?

  





회생절차는 재정적인 곤란으로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에 대하여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 주주ㆍ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법률관계 및 채무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를 말한다.

 

개인이나 기업의 실패를 다루는 도산절차는 재건형(reorganization)과 청산형(liquidation)으로 구분되는데, 회생절차는 ‘재건형’으로 사업의 재건과 영업의 계속을 통한 채무변제가 주된 목적이라고 하겠다. 반면에 ‘청산형’인 파산절차의 주된 목적은 채무자 재산의 처분ㆍ환가와 채권자들에 대한 공평한 배당이다.

 

법에서 청산형(파산절차)보다 재건형(회생절차)를 우선시하는 것은 회생이 가능한 채무자를 청산시키는 것보다 존속시켜서 채무를 변제하고 재기하도록 하는 것이 채권자, 주주, 임직원 등 이해관계인들과 채무자에게 유리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ㆍ경제적으로도 유익하기 때문이다.



(표=뉴스핌)

 

또한 회생절차는 ‘워크 아웃’과 다르다. 회생절차는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 또는 관리인불선임 결정에 따라 관리인으로 보게 되는 채무자 또는 채무자의 대표자(법률상 ‘관리인’)가 채무자의 업무수행권과 재산관리처분권을 전속적으로 행사하며 회생계획에 따라 채권자, 주주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가 조정되고 법원의 관리ㆍ감독에 따라 진행된다. 이에 비해 ‘워크아웃(Work-out)’은 금융기관 등 다수의 채권자가 주도하여 사적인 협상을 통하여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2009년 7월 9일(2009카기122결정)에 “개인파산제도의 목적은 모든 채권자가 평등하게 채권의 만족을 얻도록 보장하는 것 외에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진 채무자에게 경제적으로 재기, 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데에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신청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헌법에 규정된 재산권, 평등권, 인간으로서 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근거 없이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위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면책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이는 파산상태에 있는 채무자에게 가급적 넓은 범위에서 경제적 재생의 기회를 부여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려는 정당하고 중요한 입법목적에 기한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만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서 반드시 채무자에 대한 면책을 일종의 특전으로 이해하는 전제 위에서 이를 행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고, 적극적으로 채무자의 불성실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평가되는 사유 등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전제로 하였다.

 

파탄지경에 처한 채무자(법인·업체 및 개인)에게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여러 권리를 제한하면서 ‘재기의 기회’를 주는 핵심적 이유와 근거는 회생절차를 통해서 채권-채무관계의 집단적 해결과 채권자 일반에게 이익이 되고 유리하다는 점에 있다.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홍인섭 저)에서는 “회생절차는 경제성은 있지만 재정적 파탄(financial distress)에 빠진 채무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경제성이 결여돼 제적 파탄(economic distress)에 빠진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재정적 파탄(financial distress)’이라 함은 채무자가 파탄에 이르게 된 원인이 채무자의 부실한 재무구조에 기인한 것으로서, 예컨대 채무자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그러한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유동성 부족으로 채무를 적기에 변제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반면에 ‘경제적 파탄(economic distress)’은 채무자가 파탄에 처한 근본 원인이 채무자의 영업력에 문제가 발생한 데 기인한 것으로서, 사업의 수익력이 저하되어 그 사업에 제공된 자산으로 계속 그 사업을 존속ㆍ유지시키는 것이 자원의 활용 및 분배에 따른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상태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회생 이론 및 실무>의 도입부에서 “채무자가 존속하여 사업할 때 얻는 이익(계속기업가치)이 채무자를 청산할 때 얻는 이익(청산가치)보다 커야 한다”고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회생의 가치’가 ‘청산의 가치’보다 커야 한다는 것이다.

 

회생법원은 이처럼 채무자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지를 따져 회생절차의 진행 여부를판가름하는데서 ‘경제성 판단(economic test)’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경제성이 있는 채무자를 선별하여 회생시키는 것이 회생절차의 목적이자 핵심 근거이기 때문이다.